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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재활 트레이너 2701호 사태 및 축구협 입장문

손흥민 재활 트레이너 2701호 사태란?

 

해당 논란은 손흥민(토트넘)의 개인 재활 트레이너로 카타르 현지에 와서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 10여명을 치료했던 안덕수씨가 지난달 7일 개인 소셜미디어에 대한축구협회를 저격한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안덕수씨는 “(축구대표팀 숙소 호텔) 2701호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2701호가 왜 생겼는지를 기자님들 연락 주시면 상상을 초월한 상식 밖의 일들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일로 인해 반성하고 개선해야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손에서 열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니들이 할 일을 해주는데 뭐? 외부 치료? 안샘(선생님)이 누구냐고? 축구판에서 나를 모른다고? 그러니까 니들은 삼류야!”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안 트레이너는 축구협회 의무팀과는 별도로 손흥민 개인 트레이너 자격으로 선수단과 같은 숙소에 머물며 새벽까지 일부 선수들 몸관리를 해줬다. 축구협회 지원은 없었고 손흥민 측에서 비용을 부담했다. 

이후 안 트레이너의 저격글이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안 트레이너 측근들의 주장이 담긴 관련 보도들이 나왔다.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도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니 협회가 명확한 사실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축구협회는 안 트레이너가 글을 올린 지 약 한달 만에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축협  ‘카타르월드컵 축구대표팀 의무 트레이너 문제와 관련한 입장문’ 발표

축구협회는 우선 “뚜렷한 사유와 내용을 설명하지도 않은 채 SNS에 쏟아낸 개인의 감정을 정면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그간 침묵한 배경을 설명한 뒤 “그러나 당사자도 아닌 측근이나 익명의 관계자를 빌려 계속 이 문제에 대해 보도가 나오고 팩트와 거짓이 뒤섞여 혼란을 주는 일이 되풀이됐다. 문제를 계속 수면 아래로 둔 상태에서 협회 내부적으로만 수습하고자 할 경우, 3월 예정된 대표팀 소집 때 비슷한 오해와 언론 보도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생겼다”며 입장문을 발표한 이유를 설명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일부 대표 선수들이 안덕수씨를 협회 스태프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2차례 요청을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식 절차를 밟아달라고 선수들을 통해 전했지만 안덕수 씨가 정식 지원을 하지 않았다. 가진 자격증도 협회가 인정하는 의무 스태프 자격증에 해당하지 않았다. 아무리 선수들이 원한다고 하더라도 모집 공고에 응시하지도 않은 무자격자를 고용할 수는 없었다. 안덕수씨가 선수들 치료를 위해 애쓴 것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협회가 의무 스태프를 장비 담당자로 직책을 조작하면서까지 불법을 묵인하고 조장할 수는 없었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또 “훈련과 경기 후 통증을 호소한 선수를 FIFA 공식 지정병원에 데려가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한 적이 있다. 현지 전문의와 팀 닥터가 소견을 설명했지만, 안덕수 씨가 다른 의견을 전달해 선수들이 혼란스러워했다. 이 사건 이후 안덕수 씨는 자신의 SNS에 대표팀 닥터를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고도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 입장 전문

1. 각급 축구 대표팀의 의무 인력 보강을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21년 11월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의무 트레이너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동시에 이 무렵 일부 대표선수들은 손흥민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는 안덕수 씨가 협회 의무 스태프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협회에 요청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해당 선수들을 통해 “안덕수 씨가 원한다면 정식으로 지원을 해달라”고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안덕수 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2. 2022년 6월쯤 일부 대표 선수들이 안덕수 씨가 협회 의무 스태프로 일하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다시 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모집 공고 때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故 최숙현 선수(트라이애슬론) 사망 사건 이후 2021년 2월부터 시행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만이 일할 수 있으므로, 자격증을 갖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선수들을 통해 안덕수 씨가 갖고 있는 자격증은 ‘기본응급 처치사’와 ‘스포츠현장 트레이너’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협회가 인정하는 의무 스태프 자격증에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협회가 인정하는 자격증은 물리치료사, 건강운동관리사, 선수 트레이너, 운동처방사입니다. 이 4개 중 최소 하나만 있으면 협회의 정식 의무 스태프로 일할 수 있습니다. 자격증의 보유 여부가 더욱 엄격해지는 추세를 반영해 2022년 3월 연령별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 모집 때는 국가공인자격인 물리치료사와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 보유자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3. 손흥민 선수가 카타르 월드컵 참가를 위해 현지에 도착하면서 안덕수 씨를 개인 트레이너로 동행해 왔습니다. 안덕수 씨 외 다른 2명의 개인 트레이너도 함께 현지에 왔습니다.  협회는 내부 논의를 거쳐 손흥민 선수 외에도 희망하는 선수들이 있을 경우, 안덕수 씨를 포함한 3명의 외부 트레이너로부터 치료를 받는 것을 수용했습니다. 선수 관리에 일부 혼선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원한다면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4. 안덕수 씨는 치료와 숙박에 필요한 호텔룸을 직접 예약했습니다. 이 방은 선수단과 같은 호텔에 있었지만, 선수들이 묵는 층과 다르고 동선도 구분돼 있었습니다. 숙식 비용도 대한축구협회가 따로 지원한 것은 없습니다. 카타르 체류 기간에 전체 선수들 중 10여명 정도가 안덕수 씨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중에는 협회 의무 트레이너의 치료도 함께 번갈아 가며 받는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5. 첫 경기 우루과이전을 이틀 앞둔 11월 22일, 일부 선수들이 협회의 대표팀 책임자를 찾아왔습니다. 선수들의 요구는 현장에 와 있는 협회 의무팀장 A씨의 업무 배제와 귀국 조치였습니다. 안덕수 씨를 협회 의무 스태프에 포함해 주지 않는 것을 항의하면서, A의무팀장이 안덕수 씨의 의무 스태프 합류를 반대하는 핵심 인물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선수들은 또 “안덕수 씨가 자격증이 없어서 의무 스태프로 채용할 수 없다면 장비 담당자라든가, 다른 직책으로 등록해 놓고 의무 활동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선수들은 “현지에 와 있는 5명의 협회 의무 스태프 중 1명이 관련 자격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협회가 고용하고 있다. 따라서 협회는 거짓말을 한 것이고, 안덕수 씨를 고의로 배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6. 그러나 일부 선수들의 주장과 달리, A의무팀장이 안덕수 씨의 의무 스태프 합류를 반대한 사실은 전혀 없습니다. 안덕수 씨가 애초에 지원도 하지 않았고, 자격증 보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으므로 협회가 판단하여 고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아무리 선수들이 원한다 하더라도 모집 공고에 응시하지도 않은 무자격자를 협회가 고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대회에서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고 싶은 선수들의 간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또 선수들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받는 안덕수 씨가 월드컵 기간중 별도의 공간에서 선수들의 치료를 위해 애쓴 것은 협회도 충분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협회가 의무 스태프를 장비 담당자로 직책을 조작하면서까지 불법을 묵인하고 조장할 수는 없었습니다.    

7. 자격증이 없다고 선수들이 지목한 협회 의무 스태프 B씨는 지난 2008년부터 14년째 협회에서 일해오고 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운동사’ 자격증만을 갖고 있으므로 의무 스태프에 필요한 자격증이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B씨와 안덕수 씨는 경우가 다릅니다. 협회가 B씨와 2년 재계약을 맺은 것은 2020년이었습니다. 이 때는 정부의 관련 법령이 시행되지 않았고(2021년 2월부터 시행), 협회가 해당 법령이 추진된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던 때였습니다. 계약을 맺은 이후에 정부의 자격증 조건이 새로 시행되었으므로, 이를 이유로 소급해서 당사자와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계약이 종료되는 2022년 12월까지 국가공인자격(물리치료사 또는 건강운동관리사)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  재계약은 할수 없다고 B씨에게 통지했습니다. B씨는 지난 12월 물리치료사 시험에 응시해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8. 협회는 앞서 말한 일부 선수들의 요구에 대해 내부 논의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무 스태프를 포함해 현지에 파견된 협회 지원 인력 상당수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 A의무팀장을 귀국 조치한다면 우리도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내부적으로 심각한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협회는 A의무팀장을 귀국 조치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만 A 의무팀장에게 치료 활동은 중단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A의무팀장이 선수들을 계속 치료하는 것은 당사자나 선수들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므로, 이를 예방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협회는 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고, 선수들도 동의해 이 문제는 일단락됐습니다.  

9. 일부 선수의 부상 상태에 따른 혼선도 발생했습니다. 훈련과 경기 후에 통증을 호소한 선수를 현지 FIFA 공식 지정병원에 데려가 MRI 촬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촬영 결과에 대해 현지 전문의와 협회가 파견한 대표팀 닥터진이 소견을 같이하고 이를 선수에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안덕수 씨는 이와 다른 의견을 선수들에게 전달했고, 이 때문에 선수들이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안덕수 씨는 자신의 SNS에 대표팀 닥터를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10. 이상이 카타르 월드컵 기간중 발생한 사건의 핵심 내용입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안덕수 씨가 개인 SNS를 통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협회와 의무 스태프를 공개 비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선수들의 신뢰를 받은 안덕수 씨가 선수들을 위해 수고했다는 사실은 협회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력 여부를 떠나 어찌됐든 법적으로 비의료인인 안덕수 씨가 국내 최고 수준을 인정받는 전문 의료진의 판단 영역에 대해 반대 의견을 선수들에게 주입한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의무진에 대해 불신을 초래하고, 선수와 팀에 큰 혼란을 주었습니다.  
  
11. 대한축구협회도 미흡한 점이 일부 있었습니다. 대표팀의 핵심 구성원인 선수들이 오랫동안 요청한 사항이라면 좀 더 귀 기울여 듣고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습니다.  안덕수 씨가 자격증이 없으므로 공식 채용은 할수 없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선수들의 몸을 케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선수들이 어떠한 케어를 받고 있는지 더 정확히 모니터링해야 했습니다. 또 선수들이 현재의 협회 의무 트레이너들에게 불만을 갖고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심도있는 고민을 하고 대책을 세워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12. 선수들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현지에서 발생한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엄청난 각오와 의지로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런 헌신과 노력은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합법적인 채용 절차를 인정하지 않고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태도는 온당치 못했습니다. 또 극히 일부이긴 해도 의무 스태프와 협회 직원을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습니다. 월드컵에서 성과를 거두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감정이 격앙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를 존중하고 대표선수의 품위를 지키는 자세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중요합니다.

13. 이제 중요한 것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을 잡는데 달려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협회 공식 의무 스태프와 개인 의무 트레이너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개인 트레이너의 동행이 불가피하다면 어떻게 협력 관계를 조성할지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 나가고자 합니다. 의무 트레이너의 능력 향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연구하겠습니다. 우리보다 이런 상황을 일찍 경험했을 다른 축구 선진국의 사례도 현재 조사 중에 있습니다. 협회 의무분과위원들의 전문적인 조언도 듣고, 선수들의 의견도 청취할 것입니다. 새로 부임할 대표팀 감독의 생각도 중요한만큼 상의해서 최종적인 방침을 결정하겠습니다. 늦어도 3월초까지는 협회 차원에서 관련 규정을 정하고, 대표팀이 새로 소집되는 3월말에는 확정된 방침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14. 대표팀 내부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을 협회가 굳이 들추어내서 어떤 도움이 되겠느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덮어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서로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면서, 향후에는 재발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어 개선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희 협회는 판단했습니다. 이번 일로 인하여 축구인, 축구팬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대표팀 운영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다시 한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