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26일
남양유업, 효성그룹, JB금융지주, 고려제강, 대창기업, 한일합섬 등 연루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신준호 부장검사)는 26일 재미교포로부터 공급받은 대마를 유통·흡입한 재벌가 자제 등을 수사해 총 20명을 입건하고 이 중 17명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대마)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마를 사고 팔거나 소지 또는 상습 흡연한 혐의 등을 받는다.
재판에 넘겨진 17명 가운데 10명은 구속, 7명은 불구속했으며 해외로 도주한 3명은 지명수배했다.
이번 수사에서는 재벌가 2·3세 등을 포함해 부유층 자제들이 대거 적발됐다.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손자인 홍아무개(40)씨는 지난해 10월 대마를 주변에 유통하고 소지·흡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홍씨가 미국 국적 사업가로부터 대마를 구입한 뒤 전직 경찰청장 아들 김아무개(45·불구속 기소)씨와 효성그룹 창업주 고(故) 홍종열 회장의 손자인 조아무개(39·불구속 기소)씨, JB금융지주 일가인 임아무개(38·불구속 기소)씨에게 건네는 등 지인들로 뻗어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제강 창업주인 홍아무개(39)씨는 조씨로부터 수 차례 대마를 사고팔거나 흡연한 혐의를 받는다. 이동호 대창기업 회장의 아들 이아무개(36)씨는 모두 8차례 대마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임신 중인 아내와 태교 여행을 하던 중에도 대마를 흡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인조 가수 그룹 멤버인 미국 국적의 가수 안아무개(40·구속 기소)씨는 대마 매수·흡연·소지뿐 아니라 실제 재배한 혐의까지 받았다. 안씨는 미성년 자녀와 함께 사는 집 안에서 대마를 직접 재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에게서 대마를 산 소속 연예기획사 대표 최아무개(43)씨도 함께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해외로 도주한 한일합섬 창업주 손자 김아무개(43)씨 등 3명은 기소중지 후 지명수배했다.
수사 실마리
이번 사건은 지난해 9월 경찰이 대마 재배 등 혐의로 알선책 김아무개(39)씨를 구속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에 나서면서 재벌가 등으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전직 경찰청장 아들 김씨 등 4명이 자수했다. 검찰은 김씨 주거지 압수수색 등을 통해 그가 주고받은 메시지와 송금내역·우편물 등을 추적해 대마 알선 및 유통에 연루된 이들을 밝혀냈다.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해외 유학 중 대마를 접한 부유층 자제들이 귀국 후에도 이를 끊지 못하다가 은밀한 루트를 통해 상습적으로 대마를 유통·흡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은밀한 공급선을 유지하기 위해 이른바 '던지기' 등 비대면 거래가 아닌 직접 거래 방식을 고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마는 필로폰 등 중독성이 더 강한 다른 마약류로 진입하는 '관문' 마약류"라면서 "이미 대마 범죄로 단속·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재범으로 검거되는 등 대마의 충동성과 의존성 역시 매우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재벌가와 연예인, 전직 경찰청장 자녀 등이 대마를 유통하거나 흡연한 혐의로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주로 해외 유학 시절 대마를 접한 이들은 입국 후에도 대마를 끊지 못한 채 국내에서도 범행을 이어오다 적발됐다. 배우자와 태교여행 중 대마를 흡연하거나 미성년 자녀가 있는 집에서 직접 대마를 재배한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