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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감축 로드맵 내용

자기규율에 의한 예방’에 중점을 두는 방향

한국에서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일어나지 않고 경제 규모에 걸맞은 ‘산업안전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정부가 중대재해에 대응하는 기조를 완전히 전환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오히려 사망 사고가 과거보다 더 늘어났다는 점을 반성하고, 처벌 중심에서 ‘자기규율에 의한 예방’에 중점을 두는 방향이다. 목표는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숨지는 근로자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근로자 1만명당 사고 사망자 비율인 사고사망만인율은 0.43%로, OECD 38개국 중 34위다. 영국의 1970년대, 독일·일본의 1990년대 수준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2020년 1월 시행됐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올해 1월 시행됐지만 사망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법  적용 기업 사망사고 오히려 증가

고용부는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기업의 사망사고는 오히려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은 적발과 처벌에 중점을 두는 현재의 산업안전 감독에서 찾았다. 고용부는 “(노동당국은) 사고 유발 요인보다 적발하기 쉬운 서류상 점검에 치중한다”며 “많은 기업은 안전 역량 향상보다 당장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작업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지난 5년 간 특별감독을 실시한 83개 기업 중 12곳에서 사망사고가 재발했다.


산업안전 문화가 낙후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가 SPC그룹에서 파리바게뜨 빵을 생산하는 SPL이다. 지난달 15일 SPL 제빵공장에서는 20대 여성 근로자가 자동방호장치(인터록)가 설치돼 있지 않은 혼합기에서 작업을 하다 기계에 끼어 숨졌다. 고용부는 “5년 간 동일·유사한 끼임 사고가 15건이나 발생했지만 별다른 대책을 취하지 않은 채 생산을 계속해오다 결국 끼임 사고로 이어졌다”고 했다.

 

기업을 구성하는 노사 모두가 안전보건주체로서 책임 있는 역할과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게 고용부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고용부는 “기존 산업재해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기본적 안전대책조차 갖추지 못한 기업도 많다”며 “안전 전담부서가 신설되고 안전인력 채용이 늘었으나, 노사 모두 안전을 ‘안전보건 스태프의 일’로만 인식하고 있다”고 실태를 평가했다.

 

사전예방과 노사의 자발적 노력을 제시

정부는 중대재해를 감축하기 위한 방향으로 사전예방과 노사의 자발적 노력을 제시했다. 영국과 독일 등 선진국도 1970년대 이후 이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 성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선진국은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위혐 요인을 파악해 개선대책을 만들고 이행하는 ‘위험성 평가’ 제도를 중심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확립했다. 영국은 자기규율 예방체계에 기반한 산업안전보건법을 1974년 제정했고, 사망사고만인율이 5년 만에 0.34%에서 0.24%로 30% 줄었다.

정부는 영국과 독일처럼, 위험성 평가를 핵심 수단으로 기업이 중대재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위험성 평가는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수단”이라며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현장 안착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내년 중 상시 근로자 수 300인 이상 기업에 적용하고, 2025년까지 5인 이상 기업이면 전부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 위험성 평가 시 재발방지대책을 반영하도록 해 사고 교훈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고용부는 자율규율 예방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업주와 관리자, 근로자가 각자의 역할에 맞는 책임과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근로자의 안전보건 참여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대상을 상시 근로자수 100인 이상에서 3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기 산업안전 감독은 ‘위험성 평가 점검’으로 전환

고용부는 위험성 평가 결과를 근로자가 공유하는지,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는지 등을 근로자를 인터뷰해 확인하기로 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위험성 평가를 적정하게 실시했는지 중점적으로 수사해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충실히 시행했다면 검찰의 구형, 법원의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도록 한다.

중대재해처벌법도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 사항 위주로 처벌 요건을 명확히 한다. 상습적이고 반복되는 다수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확대한다. 고용부는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에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산업안전보건 법령개선 TF’에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AI,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건설·제조업에는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인공지능(AI) 카메라와 건설장비 접근 경보 시스템, 추락 보호복 등 스마트 장비와 시설을 집중 지원한다. 근로자 안전을 확보하는 목적이 폐쇄회로(CC)TV 설치도 제도화하기로 했다. 스마트공장을 지을 때 기계·설비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단계부터 안전장치를 내장하도록 한다.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추락·끼임·부딪힘에 대 스마트 안전장비를 우선 보급한다. 고용부는 핵심 안전수칙을 위반하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원청과 하청 기업 간 안전보건 역할과 범위를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고위험 중소기업 진단-시설개선-컨설팅 종합적으로 지원

중대재해는 상시 근로자수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에서 80.9% 발생하고 있다. 건설업과 제조업 비중은 72.6%다. 고용부는 이번 로드맵에서 관련 대책도 마련했다.


먼저 고위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진단-시설개선-컨설팅’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과감히 재정을 투입해 중소기업 맞춤형 시설을 갖추고 인력 등 안전관리 역량 향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소규모 제조업의 노후하고 위험한 공정을 개선하도록 안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2026년까지 안전보건 인력을 2만명 이상 추가 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