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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 사망 진실, 세입자 전세금 못돌려받나?

2022.12.12 

빌라왕 갑작스런 사망으로 전세금 못돌려줘

수도권에서 무려 1139채 빌라를 사들인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가 갑작스럽게 숨지자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10월 김씨가 사망한 뒤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들에 대한 대위 변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위 변제는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HUG가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뒤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집주인인 김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탓에 다수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HUG도 구상권을 행사할 집주인이 없는 탓에 보증금을 대신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빌라왕, 종부세 체납으로 재산 압류된 상태

빌라왕 김모씨의 경우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62억원을 체납해 재산이 압류된 상태다. 여기에 올 들어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져 김씨의 빌라를 팔아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김씨의 유일한 혈육인 부모는 ‘사실상 빚 상속’을 받아야 하는 탓에 상속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가 상속하지 않는다면 세입자들은 법원이 상속 재산 관리인을 지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원희룡 국토부장관 대책 마련 중

이 소식을 접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서민들이 전세피해로 눈물 흘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SNS에 “임대인(빌라왕 김모씨)이 사망했기 때문에 많은 피해자들이 살고 있는 집을 당장 비워줘야하는 건 아닌지, 전세대출금을 바로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했다.

세입자들이 당장 쫓겨나야만 하는지에 대해 “제가 확인해본 결과, 피해자들은 상속절차가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은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계속 지낼 수 있다”고 했다.

전세대출금에 대해서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이 운영하는 ‘전세대출 보증’의 연장이 가능하다”며 “당분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켰다.

원 장관은 이어 “서울 강서구 소재 ‘전세피해 지원센터’에서 법률상담은 물론 임시거처도 제공받을 수 있다”며 당장 수백 가구가 길거리에 나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라왕 김씨 소유 주택 세입자 중 HUG에서 보증금을 받지 못한 대상은 최소 2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빌라왕 사망 진실

지난 10월 13일 ‘빌라왕’으로 불린 김 아무개 씨가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빌라 수백 채를 두고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었다. 경찰은 김 씨가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김 씨는 해당 호텔에서 장기 투숙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언론에서 꽤 많이 보도됐지만, 피해자들은 언론 보도가 실상과 크게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 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대표적인 부분은 ‘무자본 갭투자’를 해서 전세 사기를 친 빌라왕이라는 표현이다. 전세 사기를 당한 A 씨는 빌라왕은 없다고 단언한다. A 씨는 “김 씨는 빌라왕이 아니라 명의를 대여한 바지일 뿐이다. 투자와도 거리가 멀다. 자기 명의를 빌려줘서 빚더미에 오른 빌라를 떠안은 사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 씨는 무자력자(재산은 없고 빚만 있는 사람)에 불과했고, 빚이 많다는 점을 협박에 사용하기도 했다. 결국 그가 전세사기를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김 씨는 전세 계약 당시 김 씨 개인으로도 계약했지만, 법인을 내세워서 계약하기도 했다. 많은 전세 사기꾼들이 자신 이름이 너무 알려질 경우 페이퍼컴퍼니 법인을 내세워 전세 계약을 맺는다. 간혹 전세 사기꾼 이름으로 확인돼 전세 계약이 불발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김 씨가 내세운 법인은 자신의 이름을 딴 ‘XX하우징’ ‘XX하우스’ 두 개가 있었다.

수백 채의 전세 사기에 연루된 빌라왕의 법인 두 곳 주소는 경기도 연천에 위치한 한적한 시골 마을,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허름한 집으로 돼있다. 이 집은 김 씨 부모가 거주하는 곳이다. A 씨에 따르면 한 번은 피해자들이 모여 김 씨를 잡기 위해 법인 주소를 따라 김 씨 부모 집을 찾아냈고 집 앞에서 항의했던 적도 있다고 했다. 당시 김 씨 부모는 ‘우리들도 아들(김 씨) 행적은 모른다’는 말을 했고 피해자들은 별 소득을 얻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고 전해진다.

 

김 씨가 전세 사기 주범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전세 사기 주범 혹은 총책은 자기 명의를 쓰지 않는다. 전세 사기 친 빌라를 자기 명의로 취득했을 때 피해가 고스란히 자신 명의로 누적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수사기관에서도 명의자에게 수사가 집중되기 때문에 자기 명의를 쓸 이유가 없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총책이나 조직원 명의 통장 대신 대포통장을 쓰고 돈을 찾으러 갈 때 심부름 알바를 쓰는 이유와 비슷하다.

김 씨가 이렇게 명의를 빌려주고 계약하면서 얻은 이익은 2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명의대여 시세가 1채당 1~2년 전 약 300만 원에서 최근 200만 원 정도 되기 때문이다. 시세를 단순 계산해 따져볼 때 김 씨가 900채 이상을 명의 대여해준 대가는 20억 원 이상 된다고 볼 수 있다. 호텔에서 장기 생활한 그의 도피 자금이 여기서 나왔다고 추측해볼 수도 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김 씨 사망을 두고 또 다른 의혹도 나오고 있다. A 씨는 “김 씨가 1980년생으로 40대 초반 나이인데 지병이 있어 사망했다는 얘기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이 김 씨에게 수사를 집중하자 총책이나 전세 사기 조직이 자신들까지 다칠까 봐 미리 꼬리 자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음모론 같지만 그만큼 피해자들은 지금 황당할 뿐”이라고 설명했다.